안녕하세요, VirtualWindows입니다.
최근에 제가 활동하는 카페의 회원분께 귀한 소프트웨어 패키지 하나를 구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멀티플랜 3.1 한글판입니다. 굉장히 생소한 프로그램이죠.
멀티플랜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982년에 출시했던 도스용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입니다. 엑셀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죠. 당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1인자였던 로터스 1-2-3에 대항하기 위해 출시되었지만, 로터스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고, 오히려 뒤이어 출시한 자사의 엑셀이 GUI에 최적화되어있던 관계로 히트를 치게 되면서 단종되었습니다.
한글 멀티플랜 패키지의 모습입니다. 그 당시에는 두꺼운 설명서 때문에 이렇게 묵직한 패키지에 소프트웨어를 팔곤 했습니다. 표 계산 프로그램이구요, 버전은 3.1입니다. 3.5인치 디스크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막상 패키지를 열어보니 구성품의 90%가 설명서이고 정작 프로그램은 이 3.5인치 디스켓 한 장 뿐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한글 멀티플랜이라고 적혀있습니다. IBM PC 5540/5550용이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패키지의 자세한 사진은 나중에 소장품 카테고리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3.5인치 플로피 드라이브가 있기 때문에, 이제 덤프만 뜨면 실행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들어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대가 앞섰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덤프를 떠보니 많은 파일의 이름이 깨져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미개봉 상품을 개봉한 것이기 때문에 약 30년 동안 잠들어있던 디스켓이 손상되었을리는 없고, 덤프 과정에서도 오류와 같은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뭐가 문제일까 고민을 해보다가... 디스켓의 IBM 5540/5550용이라는 문구가 생각났습니다.
각각 과학동아 87년 9월호와 86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BM의 5540과 5550 모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마 한국 IBM에서 기존의 모델을 한국어 입출력이 되도록 만든 모델 같습니다. 멀티플랜은 아마 해당 모델에서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해당 모델의 한글 롬이 없는 이상 이 프로그램을 구동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혹시 한글 IBM DOS H5.0/V와 같은 환경에서 돌려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IBM DOS 한글판도 구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습니다. 일반 MS-DOS에서는 당연히 안돌아가구요. 이렇게 프로그램을 돌려보지도 못하고 좌절하고 있어야 하나 하던 찰나...
저와 가끔 메일을 주고받는, 한국어를 비롯한 동아시아 언어로 된 고전 소프트웨어를 수집하는 러시아인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는데, 서로 소프트웨어에 대해 의논하고 새로운 걸 발견하면 주고 받고 하는 지인입니다. 이 러시아 지인에게도 멀티플랜 덤프본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지인이 완벽히는 아니지만 구동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저는 어떻게 한건지 굉장히 궁금했고, 방법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말씀드릴 것이 바로 그 방법입니다.
1. http://radioc.web.fc2.com/soflib/dosvax/dosvax.htm
우선 위 사이트에서 도스박스 에뮬레이터 압축파일을 다운받습니다.
이 에뮬레이터는 Dosbox를 기반으로 한, 일본어 AX 사양 PC를 재현할 수 있는 PS/55 에뮬레이터입니다.
한마디로 일본어판 도스박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운받은 후 압축을 풉니다.
제가 밑에 첨부파일에도 올려놓았으니 여기서 받으셔도 됩니다.
2. 다음으로 밑의 첨부파일을 다운받아서 도스박스 압축을 푼 폴더 (dosbox.exe가 있는 폴더)에 압축을 풀어줍니다.
여기에는 일본어 글꼴 파일이 두 개 들어있는데, 일본어 입출력을 위해서라면 이 파일이 필요합니다.
3. 다음으로 밑의 첨부파일인 IBM DOS 4.05 일본어판 디스크 이미지를 다운받습니다.
위의 에뮬레이터에서 일본어판 도스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 후 압축을 풀면 1번 디스크 (부팅 디스크)와 2번 디스크가 있습니다.
4. 다음으로 제가 덤프한 한글 멀티플랜 3.1 디스크 이미지를 다운받습니다.
5. 그 후 멀티플랜 디스크 이미지 안의 모든 파일을 IBM DOS 4.05 일본어판의 1번 디스크에 넣습니다.
구동을 위해서라면 1번 디스크의 DOS 디렉토리 안에 command.com과 country.sys만 남기고 모두 지우셔도 됩니다.
이렇게 해서 용량을 비운 다음 멀티플랜 파일을 1번 디스크에 이식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든 준비과정이 끝납니다.
사진은 멀티플랜 패키지 뒷면에 나와있는 멀티플랜의 실행 화면 스크린샷입니다. 과연 이렇게 구동할 수 있을까요?
준비된 1번 디스크를 드래그하여 dosbox.exe 위에 놓는 식으로 실행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부팅이 된 후 프롬프트가 뜹니다. 일본어판 도스라서 ¥으로 뜨네요. 여기에 멀티플랜 실행 파일인 mp.com을 입력합니다.
입력하고 엔터를 치면 이렇게 부팅화면이 나옵니다. IBM Personal System/55라는 문구와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카피라이트 문구가 나옵니다. 아마 이 일본어 에뮬레이터가 PS/55 호환이라서 이렇게 구동이 가능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멀티플랜 3.1은 1993년에 출시되었나 봅니다. 한글 문구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 사실 한글 문구가 있었어도 일본어판 도스에서 실행하는 거라 깨졌을 겁니다.
부팅화면이 지나가면 이렇게 검은 화면에 흰색 글씨로 구성된 스프레드시트 화면인 나옵니다. 행과 열이 모두 숫자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제일 첫 칸에 포커스가 가 있어서 흰색으로 나오는군요. 밑줄에는 현재 시트 위치를 나타내는 R1C1과, 여유 사용량을 나타내는 표시도 나옵니다. 네모 칸은 아마 한글이 깨져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위에 올린 패키지 뒷면의 스크린샷을 통해 작성한 하단 메뉴 항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명령 : A/문자 B/공백 C/복사 D/삭제 E/수정 F/서식 G/셀이동 H/해설 I/삽입 L/보호
M/이동 N/이름 O/옵션 P/인쇄 Q/종료 R/실행 S/소트 T/전송 V/수식 W/창 X/연결
명령을 선택하거나 영문자를 선택하십시오.
사진은 일본어판 멀티플랜 3.1을 IBM PS/55에서 작동시킨 모습입니다. 한글판과 언어만 다를 뿐 레이아웃은 똑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셀에 항목을 입력하는 방법은 해당 셀에 포커스가 가 있는 상태에서 입력을 하면 먼저 하단의 수식 입력줄에 무엇이 입력되었는지가 먼저 뜹니다.
그 후 엔터를 누르면 해당 셀에 항목이 입력되는 방식입니다. 엑셀처럼 셀에 바로 항목이 입력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항목들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많은 기능들도 있겠지만, 제가 멀티플랜을 사용해본 적도 없고, 사용설명서도 워낙 두꺼울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한글이 깨져서 나오기 때문에 기능을 완전히 구현해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H/해설 메뉴를 실행해본 모습입니다. 아마 한글이 정상적으로 출력되었더라면 더 많은 것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겠죠. 아쉽지만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이 작동된다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어판 도스라서 한글을 입출력할 수 없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아마 한글 프로그램인만큼 일본어판 도스 에뮬레이터에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디스크 내부 파일이 깨지지 않았고, 실제로 구동해본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죠. 이 멀티플랜을 완벽하게 구동하기 위해서는 실기 IBM PC가 필요할 듯 합니다. 현재로서는 구할 방법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상 한글 멀티플랜 반쪽짜리 실행기였습니다. 제게 멀티플랜을 판매해주신 카페 회원님과, 실행 방법을 알려주신 러시아인 지인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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