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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한글 윈도우 2.1의 존재

안녕하십니까. 버추얼윈도우입니다. 참 오랜만에 소프트웨어 설치글이 아닌 일반 게시글로 찾아뵙게 됐네요.
2022년 새해에는 모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한글 윈도우 2.1의 존재에 관한 글입니다. 
저와 같이 소프트웨어, 특히 윈도우에 관심이 많고 버전별로 수집하는 분들은 한글 윈도우 2.1에 대해 한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물로는 전해지지 않지만 사용해보았다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저기서 그 흔적이 발견되곤 하죠. 
지금 기준으로 실물이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윈도우는 한글 윈도우 3.0입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이전 버전인 한글 윈도우 2.1의 존재에 관해 의문을 품곤 합니다. 과연 한글 윈도우 2.1은 실존했던 소프트웨어인 걸까요?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글 윈도우 2.1은 실존했던 버전이 맞습니다.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기엔 꽤 많은 자료들이 남아 존재 사실을 증명해줍니다. 제가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먼저 1990년 4월 18일자 매일경제 신문 기사입니다. 기사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합소프트웨어 제작 - 마이크로소프트 화면 분할 가능 
마이크로소프트 (대표 이범천)는 17일 컴퓨터 화면을 분할, 여러 개의 응용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 소프트웨어인 「한글윈도우 2.1」을 발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MS-DOS를 OS (운영체제)로 채택한 퍼스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여러 소프트웨어를 한꺼번에 실행함에 따라 응용 소프트웨어간 데이터 (문자 및 그래픽 정보) 교환이 가능, 원하는 응용 소프트웨어들을 목적에 따라 효율적으로 통합해 활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글 윈도우 2.1을 발표했다는 기사입니다. 출시된 한글 윈도우 2.1은 그 당시 윈도우가 그랬듯 MS-DOS 기반으로 작동하며, 컴퓨터 화면을 분할하여 여러 개의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신문 기사를 통해 한글 윈도우 2.1이 출시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문 기사 말고 좀 더 구체적인 증거는 없을까요? 

이것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의 프레스 센터 사이트 (http://web.archive.org/web/20021001084632/http://www.microsoft.com/korea/info/product/default.htm)에 나와있던 주요 한글 제품 발표 일자를 기록해 둔 표입니다. 
1990년 부분을 보면 5월에 한글 윈도우 2.1이 출시되었고, 동년 9월 20일에 2.12 버전이 출시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걸 보니 일단 한글 윈도우 2.1이 공식적인 제품으로 출시된 것은 맞습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그 당시 어느 잡지에 실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데이타시스템의 광고입니다. 삼성데이타시스템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목록을 담은 카탈로그입니다.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 한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인 로터스도 보이네요. 중앙 하단에 MICROSOFT 항목을 보면 맨 밑에 '한글 WINDOWS V2.1' 이라는 항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 소프트웨어들과 마찬가지로 한글 윈도우 2.1 또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우측에 가격을 보면 10만원으로 상당히 비싸네요. 그래도 첫 한글 윈도우인 만큼 수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이번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잡지에 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광고입니다. 한글 윈도우 2.1에서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면서, 한글 윈도우 2.1의 스크린샷까지 있습니다. 광고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에서는 한글 엑셀뿐만 아니라, WRITE라는 한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또한 사용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글과 한자의 처리가 완벽하다는 점, 여러 개의 응용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점, 편리한 그래픽 인터페이스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 위의 신문 기사와 마찬가지로 멀티태스킹과 편리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장점으로 내세워 홍보하고 있습니다. 한글 윈도우인 만큼 완벽한 한글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홍보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 WRITE는 윈도우의 기본 워드프로세서인 워드패드의 전신입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출처 : 네이버 카페

PC 어드밴스 1990년 6월호에 실린 광고입니다. 한글 윈도우 2.1이 대문짝만하게 나옵니다. 바로 위의 광고지와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역시 멀티태스킹과 그래픽 인터페이스, 한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시 개발 중이었던 OS/2 도 언급하고 있네요. 사진이 선명한 덕분에 한글 윈도우 2.1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을 홍보하기 위해 카드파일, PRINT, WRITE와 같은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띄워놓고,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홍보하기 위해 클립아트 그림도 보여주네요. 한글과 한자 텍스트 또한 완벽히 입력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메뉴에 F/화일 표기가 참 정겹네요. 

출처 : 네이버 카페

과학동아 1993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 글의 필자가 한글 윈도우 2.1을 사용한 후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글 윈도우 2.1이 출시된 후에 2.11이 후속 버전으로 따로 출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필자는 한글 윈도우 2.11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글의 내용은 이전까지 도스의 한계로 인해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었던 필자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한글 윈도우 2.1의 출시 소식을 듣고 직접 구입하여 설치 후 사용했으나, 기본 프로그램인 WRITE와 카드파일의 기능이 빈약해서 실망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또한 자신이 윈도우가 도스를 보조하는 GUI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도스용 통합프로그램으로 혼동하여 윈도우에게 프로그램 본연 이상의 기능을 기대하는 실수를 했으며, 한 화면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을 실행하고, 각 프로그램 간의 자료 교환이 용이하다는 점은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당시 한글 윈도우 2.1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후에 출시된 한글 윈도우 3.0이나, 한글 윈도우 3.1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출처 : 네이버 카페

헬로우 PC 1991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흑백이긴 하지만 한글 윈도우 2.1의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쓰인 시점은 후속작인 한글 윈도우 3.0이 막 출시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먼저 영문판 윈도우가 출시되면, 해당 윈도우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한국에 출시했기 때문에 영문판이 출시되고 한글판이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때문에 영문 윈도우 사용에 능숙하고 빨리 사용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영문판을 구입하여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글의 내용은 윈도우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도스에서 글자를 처리하던 방식인 텍스트 모드와는 달리, 한글을 화면에 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자의 모양에도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글 윈도우 2.1은 한글과 한자의 처리가 가능한 것뿐만 아니라 메뉴와 도움말 또한 모두 한글화가 이루어져 초보자가 윈도우를 쉽게 익힐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도스나 윈도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익혀야 했던 것과 달리, 한글만 알면 누구나 쉽게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한글 윈도우 2.1의 혁신적인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마지막 부분을 보면 필자가 한글 윈도우 3.0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한글 윈도우 3.0 또한 베타 버전이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1994년에 정보문화사에서 나온 '알기 쉬운 한글 윈도우 3.1' 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입니다. 한글 윈도우 3.1은 이 책이 나오기 1년 전인 1993년에 이미 출시된 상황이었습니다. 윈도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글 윈도우 2.1과 윈도우 3.0을 거쳐 윈도우 3.1을 사용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글 윈도우는 버전 2.0x부터 한글화되어' 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한글 윈도우 버전이 2.1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2.0x 버전부터 한글화되었다는 말은 2.1 이전에도 한글화된 윈도우가 존재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필자가 단순히 2.1을 2.0x라고 잘못 표기한건지, 아니면 실제로 2.0x 버전대에도 한글화된 윈도우가 존재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한글 윈도우 2.1의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는 위와 같이 많지만, 그 이전 버전의 한글 윈도우의 존재를 증명할만한 증거는 저 문장 한 줄밖에는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미스테리를 남기는 한글 윈도우 2.1입니다. 

출처 : 네이버 카페

(추가 수정본)
이 글을 읽으신 어떤 분께서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알려주셨습니다. 도스 시절 한글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이었던 한글 도깨비 4.2의 사용 설명서에 한글 윈도우 2.0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도스에서는 기본적으로 한글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을 입출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한글 카드라는 하드웨어가 필요했습니다. 도깨비는 처음엔 여러가지 한글 카드 중 하나였고, 이후에 화면을 그래픽 모드로 바꾼 후 텍스트 영역의 비디오 메모리를 읽어서 한글 코드를 한글로 출력해주는 에뮬레이터인 한글 도깨비가 나왔습니다. 설명서에는 자체적으로 한글을 지원하는 한글 윈도우 3.0와 달리, 한글 윈도우 2.0은 한글을 자체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각 도스 버전별로 한글을 사용하는 방법이 나와있습니다. 추가로 도깨비를 통해 도스에서는 조합형 한글을 사용할 수 있지만, 윈도우에서는 완성형 한글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합형 한글을 입력할 수 없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여담으로 이 문제는 나중에 확장 완성형과 유니코드가 나오면서 해결됩니다. 어쨌든 이 자료를 통해 한글 윈도우 2.1뿐만 아니라 그 이전 버전이었던 한글 윈도우 2.0 또한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둘 다 현재로써는 실물을 구하거나 파일을 구동시켜볼 기회가 없다는 점이죠... 거의 최초의 한글 버전 윈도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 참 아쉽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한 10년 전쯤에 자신이 한글 윈도우 2.1을 가지고 있다는 분과 쪽지를 몇 번 주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20대였는데, LG 컴퓨터 공장에서 일을 하셨다는 분이었습니다. 자신이 실물로 가지고 있지는 않고, 컴퓨터 하드에 파일로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나면 보내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후 연락이 없어서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정말 한글 윈도우 2.1이었을 가능성보다는, 그 분께서 아래아 한글 2.1과 한글 윈도우 2.1을 혼동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아 한글 2.1은 아직 소장하고 계신 분도 많으니까요. 

+ 2023년 추가한 내용

http://todayhumor.com/?computer_146960 (원본글, 삭제됨)
https://namu.wiki/w/%ED%8C%8C%EC%9D%BC:%EC%98%A4%EB%8A%98%EC%9D%98%EC%9C%A0%EB%A8%B8%20%ED%95%9C%EA%B8%80%EC%9C%88%EB%8F%84%EC%9A%B02.1.png (아카이브 캡쳐본)

출처 : 오늘의 유머

이 글을 읽으신 한 방문자께서 오늘의 유머 게시글 링크와 함께 본인이 한글 윈도우 2.1을 소장 중이라는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링크를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오래된 PC 및 한글 윈도우 3.1, 윈도우 95 디스켓 사진과 함께 한글 윈도우 2.1 디스켓 사진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글 윈도우 2.1 디스켓 실물 사진은 본 적이 없었는데, 귀중한 사진을 남겨주셨습니다. 한글 윈도우 2.1은 설치 디스크, 폰트 디스크, 응용프로그램 및 프린터 디스크 이렇게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 3장으로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나무위키
출처 : 나무위키
출처 : 나무위키

그리고 저 오늘의 유머 게시글을 작성하신 분이 올리신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윈도우 2.1 스크린샷이 올라왔습니다. 스크린샷은 총 3장인데요. 각각 디렉토리, Paint, Write를 실행한 모습입니다. 투박하지만 GUI를 적용하였으며, 영문 윈도우 2.x 버전이 한글화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스크린샷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메뉴에 File이 '화일'이라고 표기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이 한글 윈도우 2.1을 소장하고 계신 분께 연락을 드려봤으나, 파일 공유는 거부하고 계십니다. 매우 안타깝네요... 그분께서 넓은 아량을 베풀어 한글 윈도우 2.1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아쉬운대로 컴퓨터 관련 학과가 존재하는 전국 200여개의 대학교의 연륜 있으신 교수님들께 문의 메일을 보내 봤습니다. 하지만 한글 윈도우 2.1의 존재도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들어봤거나 사용해본 적이 있다는 분들도 간혹 가다 계시긴 하지만 실물 디스켓이나 파일을 가지고 계신 분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결론은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한글 윈도우 2.1은 실존했다는 겁니다. 혹시 예전부터 컴퓨터를 만져보신 분들이라면 집안을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한글 윈도우 2.1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대학생이시라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오래 근무하신 교수님께 문의드리거나, 직장인이시라면 직장 전산실 창고를 한번 찾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언젠간 꼭 발굴하고 싶은, 최초의 한글 윈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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